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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올뺌씨의 사는 이야기

짜장면 -어느날 날아온 편지에 구구절절한 사연-

by 방구석 올뺌씨 2009.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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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옛날에 깨작깨작 써보았던 픽션을 하나 올려볼까 합니다.

재밌을지는 모르겟지만...;; 재미 없더라도, -- 노력해서 재밌게 봐주세요;;;(??)

* 현재 한국어 표준어가 '자장면'이지요. 하지만 어쩐지 짜장면은 말 그대로 짜장면으로 발음해야 더욱 맛있어 보이는 것 같습니다. ^^ 그래서 일부러 짜장면이라는 단어로 사용했으니 이해해주세요


원래 짜장면 먹는 이미지를 친구가 그려줬는데...-_- 없더라고요. 하드에...;;

이상한 파일들만 가~~득~~~; 이라는 거지요;

-_ㅜ 사진을 짜장면 사진으로 그래서 대채합니다.;;;

사소한것은...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그럼;;; 갑니다.

GO!!





[짜장면]


 안녕하세요! 이렇게 갑작스런 편지에 많이 당황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제가 누구인지, 왜 편지를 보낸 건지도 궁금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편지를 보낸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그냥 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들어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아쉽게도 저는 당신에 대해서 많이 알지는 못합니다. 당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나이는 몇인지...... 제가 아는 건 당신이 살고 있는 집의 주소뿐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무례함을 무릅쓰고 당신께 편지를 쓰게 됐습니다. 이 편지를 통해서 당신과 조금 더 좋은 관계가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음, 제가 당신께 오늘 이야기 할 내용은 눈물 젖은 짜장면에 대한 내용입니다.! 혹시 눈물 젖은 짜장면을 드셔 보신적 있으신가요? 눈물을 첨가한 짜장면이 아니라, 짜장면을 먹을 때의 감격으로 눈물 흘려본 경험이 있는가 하고 묻는 겁니다. 저는 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게 나는 일중 하나죠! 불과 몇 개월 전 제가 일본에서 직접 격은 이야기 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사진작가로 일본을 여행하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일본을 일주하며 일본의 멋과 생활을 담아가자 라는 테마였지요. 정말 힘들었어요! 물가도 비싸서 거의, 라면만 먹고 살았죠, 그래도 라면 1인분의 가격이 우리나라의 평범한 음식점의 점심 가격 정도로 비쌌습니다. 어쨌든 도쿄, 오사카, 삿뽀로, 교토를 돌고서, 막 요코하마의 차이나타운을 방문했습니다.
 중국음식점이 있더군요. 중국식당을 보니까 짜장면이 떠올라 몹시 먹고 싶었지만 저는 돈이 없다는 핑계로 중국집을 지나쳐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날 밤 저는 알 수 없는 공복감을 경험했습니다.



 미친 듯이 배가 고파서, 뭔가를 먹어봤지만 공복감은 사라질 줄을 몰랐어요 제 머릿속에는 오로지 짜장면에대한 생각만이 가득했습니다.



 짜장면 생각과 공복감에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그런 경험 해보신 적 있나요?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냥 몹시 배가 고프다거나, 당장 밥을 안 먹으면 죽을 것 같다라는 공복감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먹어도, 어쩐지 부족한 듯한 공복감 말입니다. 분명 배는 부르지만 나는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있어요! 마치 내 배가 따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죠. 나는 먹고 싶지 않다라고 생각하려 하는데 나의 배속에서는 그것을 요구하는 겁니다.



 나는 결국 그 날 한 숨도 자지 못했어요! 그리고 아침이 되고, 중국집의 문이 열릴 시간이 되자 바로 중국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가게 문이 연 곳은 별로 없었고, 그 중에서 문을 연 중국집을 딱 한곳 발견했습니다. 저는 그 곳에서 짜장면을 시켰습니다.


 

 그 중국집의 짜장면은 짜장면이 아니었어요!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저는 짜증면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이걸 먹고 있는 제 마음을 엄청 짜증나게 했죠! 면발은 탱탱하고 부드러웠으나, 문제는 짜장의 소스에 있었어요! 짜장의 소스! 일본 음식들이 대게 그렇듯 엄청 느끼하고, 밍밍합니다. 내가 한국에서 먹었던 짜장면의 맛을 내주지 못하는 거예요! 저는 결국 그 곳에서 짜장면을 남기고 돌아와 직접 만들 결심을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요리방법과 재료를 검색한 뒤, 마트에 가서 춘장과, 양파, 기름, 당근, 돼지고기를 사와서 요리법 대로 했습니다.



 혹시 요리를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모든 요리가 뜻대로 되지 않죠? 제 짜장면도 그랬습니다. 오히려 아까 짜증면이라고 불렀던 요리가 더 괜찮을 정도였어요!



 아직도 저의 공복감은 그대로 지속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자주 가는 사진 동호회에 이 사연을 올렸습니다. 미치도록 계속되는 공복감과 짜장면에대한 애틋한 그리움에 대해 글을 썼죠, 그러자 3시간 만에 리플이 24개가 달렸습니다. 대략 리플들을 보자면 “돌아와~ 명군! 우리 함께 한국에서 짜장면을 먹어 보세나!” “타지의 생활이 다 그렇죠 뭐, 빨리 일 끝내고 오세요!” “명군은 중국사람? 어떻게 고추장이 아니라 짜장면 생각날 수가?” 뭐 대강 이런 내용의 글이 20개정도가 담겨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십여 개 정도의 리플에서 딱 하나 제 시선을 사로잡는 문구가 있었어요!



 “저는 현재 직업이 짜장면집 배달원인데요! 짜장면은 집에서 중국집처럼 맛을 내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왜냐면 짜장면의 춘장을 볶을 때 쓰는 기름은 일반 기름이 아니라 돼지기름 입니다. 돼지기름 시중에서 구하기 힘들어요!”



 머리속에 천둥벼락이 내려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돼지기름이라는 한 마디가 제 머리속에 메아리 쳤습니다.



 돼지기름…… 돼지기름…… 돼지기름……


 

 그 직후 돼지기름을 구하러 일본의 시장과 마트를 돌아다녔으나, 아무 곳에서도 돼지기름을 팔지 않더군요, 콜레스테롤 때문에 일본 내에서 취급하지 않는다는 대답뿐이었습니다. 그 절망감, 아마 당신은 느껴보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결국 다시 글을 남겼어요! 요약하자면 돼지기름을 찾을 수 없는 데서 오는 무기력함과 절망감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이번에는 중국집 배달원뿐 아니라 중국요리사와, 프랑스요리사까지 글을 남겨주더군요 그 세분은 거의 공통된 의견을 남겼습니다.



 “돼지기름을 구할 수 없으면 삼겹살을 사세요, 그걸 프라이팬에 구워 드세요! 그리고 남은 기름을 모았다가 짜장을 만드실 때 쓰시면 됩니다. 성공을 기원합니다. 더불어 몇 가지 짜장 요리 비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아직 세상은 따듯하다는 것을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어쨌든 저는 당장 마트에가서 삼겹살을 사온 다음, 그 중국집 요리사분의 비법대로 짜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짜장면을 비비고, 입에 넣는 순간 저의 공복감은 사라지고 한 방울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었어요!



 아…… 그 때의 감격은 정말 잊지 못할 것입니다.
 기대하던 욕구 이루어지기 힘들던 그 욕구가 비로서 해결되는 순간이었지요.


 

 저는 일본에서 돌아온 뒤로 한국의 중국집에서도 짜장면을 먹어보았습니다만, 제 눈에 차지 않더군요, 직접 가서 먹었을 경우는 그런대로 먹을 만 했지만 배달이라도 시키게 되면 이건 짜장면이 아니라 탱탱 불어 마치 우정을 과시하듯 쫀득쫀득하게 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어이없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그건 짜장면이 아니라 짜장떡이지요! 아마 당신도 그런 경험을 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야기가 너무 길어진 듯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당신과 짜장면을 한 그릇을 시켜놓고, 마주보며 미소를 주고받을 그 날이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당신의 마음과 당신의 행동여부에 따라서 실현 가능한 현실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되겠지만……



 2007년 08월 2일 역 앞 사거리에 D.wish 중화요리가 새로 개장을 했습니다.



 저는 거기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메뉴는 오직 하나, 짜장면입니다. 물론 곱빼기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배달은 하지 않습니다. 아까도 말했겠지만 짜장면은 배달하는 동안 그 맛이 급격하게 하락합니다. 그런고로 저는 당신께서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 번 들러주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깨우친 최고의 짜장면을 맛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상 D.wish 중화요리였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를……


-D.w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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