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2월 초 중반의 목요일이었지요. 왜 살다보면 그럴때 있잖아요. 가슴이 꽉 막혀버릴것 같은 그런 날.
마침 회사도 쉬고있고, 점점 출근 날짜는 다가오고, 그러면서도 뭔가 답답한 마음을 추스릴 길이 없는 그런 날 말이지요.
무전여행이라던가 배낭여행이라던가 자전거로 세계일주같은 허무맹랑할지도 모르는 모험이야기에 빠진 청년 하나가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나 일본이나 다녀올까봐!"
친구녀석이 이러더군요.
"뻥치지마 -_-^ 돌 + 아이같은 놈;;"
......
그렇습니다...-_- 맨날 쓸데없는 소리만 하고다녔더니 믿어주지 않습니다;
그러다 일본에 있는 우리 회사 분들에게 말했습니다.
"나 일본이나 놀러갈까봐요!"
하지만 회사분들 역시...
"비행기 티켓이나 끊고말해...-_- 지금 주말 다 돼서 티켓이 있겠어?"
그렇습니다.
-- 목요일 오후에 금요일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이 구해지겠습니까...... 라고 생각한 찰나에 어느 샌가 4석 남은 JAL 김포 - 하네다 - 김포의 왕복 항공권 예약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오오오오오!!! 예약 완료!!!
라고 좋아했지만... 저녁 5시가 넘어서 결재가 불가능하답니다.
뭐하자는거지? 저녁 5시가 넘어서 결재가 안될것이면, 아에 검색이 안되게 해놓던가? -_- 뭐 어쩌라는거지... 뭐지? 이 미묘한 기분은...?
결국... 인터XX 티켓에 전화를 걸어서 요목조목 사정을 말했더니...
결재를 하게 해주더군요...;;
예약에 성공했습니다.
모든 것이 쾌속 순항선마냥 척척~ 진행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여기엔 커다란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아무도 내 말을 믿고있지 않았다.@_@
일본에 살고있는 전 회사 동료도, 지인들도 내가 진짜 오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다들 업무에 바쁘다고 외면하기 시작!!
이 난관을 어찌 할 것인가......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면 환불은 어림없는 상황, 이 무슨 장농 문짝에 표고버섯이 피어나는 상황인지 난감함에 몸둘바를 모르겠더이다.
어찌됐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위해, 혼자서 어떻게 생존할것인가 조사를 시작하였고, 지인들한테 뭐 필요한거 없냐고 물어봤지만, 여전히 안올줄 알고있던 지인들은 괜찮다고 시큰둥...... -_-;;;
결국 외국인 노동자가 부탁한 스팸을 몇개 쥐고 떠날 준비를 하다보니......
캐리어...!!
캐리어가 없다!!!;;;
바로 동네 시장 가방가게에서 캐리어를 저렴한 가격 2만9천9백원에 획득!
이 엔고의 시대에... 초반부터 지출이 꽤 나가게 되었다.;
사실은 배낭여행 기분으로 배낭을 매고 가려했으나... 여러가지 사정에 의하여... ㅠ_ㅠ
일본은 왜 패셔니스트들이 많은 것인가...... 배낭을 매고가면 촌스러워보이지 않을까 등등등......
그리하여 준비된 것이 짜잔~~~!!
이것 저것 싹다 준비한 후에 보니까... 역시나 캐리어를 끌고가기엔 너무도 적은 짐......
그래도 이왕 구매한거... 어쩔 수 없잖아라며 마음을 다독이며, 가방가게에 들르면서 사온 군 고구마를 맛있게 까먹었습니다.
너무나도 깨물어주고싶고 먹음직스럽던 상상속의 군고구마의 모습 그대로~~~
여기에 한국인의 스테미너 영양간식 김~치~ 일본어로는 기무치~ 까지 곁들여서
요렇게 한입 입에 넣는 순간이 밤 9시경?
곧 있으면 잘시간인데... 라는 생각에 문득 드는 생각이......
나 잠은 어디서 자?
결국 그 날 새벽 4시까지 잠잘곳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느냐 노숙하느냐의 갈림길에서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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