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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이야기/국내 맛집 탐방

아라뱃길에서 외상커피주는 바리스타 아저씨

by 방구석 올뺌씨 2013.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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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경인 아라뱃길에 바람쐬러 나간일이 있었다.

 

아라뱃길은 올림픽대로 끝나는 부분 부터해서 인천 계양, 검암까지 쭈욱 이어져 있는 걸로 아는데 집에서 드라이브겸 산책하러 나가기에 멀지 않아서 종종 애용하고 있다.

 

 

 

 

비가 온 뒤라 그런지 태양이 뜨뜨근 한 것이 광합성하기에는 일품이었다. 간간히 강을 따라 유람선이 지나다녔고, 주변을 둘러보면 간이 텐트와 캠핑용구를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식구들이 많았다.

 

 

단체로 가족여행이라도 온 것인지 아이들이 재잘재잘 뛰어노는 소리는 도심속 한가운데서 듣는 것과는 다르게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날은 맑고 좋았으나 우리나라의 무더위가 그렇듯 조금만 밖을 돌아다녀도 땀이 주룩주룩 흘러내기리 일수였다. 그만큼 땀도 많이 흘러서 그런지 금방 탈수증상이 찾아왔고 뭔가 마실 것이 필요했다.

 

 

여자친구하고 이 좋은 공터를 거닐며 아... 목마르다 목마르다~ 하고 노래를 부르며 차가운 커피한잔 마실 수 없을까 하고 주변을 돌아보니 주차하면서 보았던 작은 자동차 한대가 보였다.

 

 

 

누가봐도 아, 여기서는 커피를 팔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판다. 얼음 가득 띄운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어!!!

 

이런 기대를 머금으며 가게로 점점 다가가서 커피를 주문했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이 간 친구는 아이스 카페모카를 주문했다.

 

이후 계산을 하려고 자신만만하게 지갑을 열었는데......

 

 


없다.

 

없어!!

 

현금이 없는 것이다.

 

오 마이 갓!!

 

굉장히 난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주인아저씨가 커피를 뽑기 전에 재빠르게 들어간 주문을 취소하려고 했다.

 

 

"아저씨~ 죄송한데요. 저희가 현금이 없어서 그러는데 다음에 다시 올게요. 혹시 카드는 안되시나요?"

 

  

 

주인 아저씨가 좀 짜증나겠구나 하고 안좋은 소리도 들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돌아오는 소리는 전혀 달랐다.

 

 

"카드기는 저희가 없구요. 대신에 외상은 드릴 수 있는데요."

 

 

으잉?

 

 

순간 귀를 의심했다. 외상?

 

여긴 어디 동네에 있는 한적한 구멍가게가 아니다. 어찌보자면 공원에 불특정 다수가 왔다갔다 거리는 곳인데다가 내가 어떤 사람인줄 알고 외상을 준다는 말인가?

 

 

 

 

그렇게 말하는 아저씨는 정말이지 짜증한 톨 섞이지 않은 미소로 너그럽게 말하고 있었다.

 

 

사실 주문 취소라는게 그리 달가운 상황은 아닐 뿐더러 장사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당장 벌어들이는 매출이 줄어드는 게 된다. 좀더 동화적으로 묘사해보자면 돈6000원이 날개를 타고 파다닥 파다닥 날아들어 주머니에 꽃히기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달아나 버린 꼴이 되니 많이 아쉽고 짜증도 날 법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요 근래 사당역 어떤 족발집에서 테이블 하나 회전시키려는 욕심이 가득한 사장님에 의해 크게 기분이 언짢았던 적이 있었고, 4000~5000원 카드로 결제할 때 주인아저씨가 고작 4000~5000원 카드결제 하냐고 궁시렁거리며 마지못해 물건 건네주는 상황을 겪었던 터라 더 의아한 기분이 들 수 밖에없었다.

 

 

희한한게 이럴 때 되려 우리쪽에서 미안해지는 터라 아니라고 됐다며 손사레를 치며 그냥 가겠다고 하게 되더라......

 

 

그런데도 아저씨가 괜찮다며 사양하지 말고 마시라며 커피 두잔을 처음 주문한대로 뽑아서 갖다 주었다.

 


그러면서 주인아저씨 하시는 말씀이

 

외상값은 너무 급하게 갚으러 오지 않아도 된단다.

 

손님이 외상을 하고 오래 지나서 줄 수록 자기는 그 기간동안 좋은 일을 했다는 기분이 오래가서 행복하다고한다.

 

때때로 외상을 줬다는 사실도 잊어버릴 때가 있는데 그럴때 뜬금없이 손님이 다가와서 전에 외상이요~ 하면서 자신도 가물가물한 돈을 건낼 때는 꽁돈이 생긴 기분이라 더 기분이 좋단다.

 

이런 말을 들으면 참 요새 이렇게 기분 좋게 긍정적으로 맘 편히 사시는 분들을 만나는게 힘든터라 부럽고 좋은 기운을 얻어가게 된다.

 

 

 

커피를 받아서 근처에 앉아 시원하게 마시고 있자니 누군가 커피 한잔을 뽑아가다 실수로 넘어져서 커피를 엎지르게 돼었다.

 

 

아저씨는 커피한잔 새로 뽑아준다며 냉큼 뽑아주셨고, 커피를 엎지른 아주머니는 됐다고 자기 실수인지라 커피값을 드리겠다며 지갑을 열었다.

결국 이 공방아닌 공방은 주인아저씨의 강력한 권유에 밀려 새 커피를 받아들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기다리고 있는 일행을 향해 걸어가며 끝이 났다.

 

 

문득 전에 베스킨라빈스였나 콜드 스톤이었나, 여하튼 아이스크림 프렌차이즈 점에서 일어났던 일화를 읽었던 기억이 생각나는데 소비자가 점원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내 받다가 아이스크림 덩어리가 푹~ 하고 바닥으로 수직낙하해 버린 사건이 있었다.

 

 

처음에는 업체 측에서는 이미 소비자가 건네 받은 이후에 일어난 사건이라 자신들이랑은 상관 없다는 식의 해명을 하다 마지못해서 다시 보상을 해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런 일련의 사건들에 비해 보자면 이 커피카에서 일어나는 하나 하나의 사건들은 따듯하다 못해 뜨거울 정도이다.

 

 

어느 업체는 한 순간의 욕심에 단돈 2천원 3천원을 주머니에 더 담으려다 앞으로 몇 만원, 몇 십만원을 그 곳에서 써줄지도 모르는 잠재 고객을 잃어버린다.

 

 

어느 업체는 그 순간의 욕심을 버리고 단돈 몇 천원에 연연하지 않고 더 앞의 미래를 내다본다.

 

 

커피 외상값 갚으러 가면서 그냥 돈만 드리기 미안해서 커피 한잔을 더 시켜 먹고 오듯이, 좋은 기억을 안고 돌아와 이렇게 블로그에 좋은 기분으로 일상 이야기를 늘어 놓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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