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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올뺌씨의 사는 이야기

김영호 일식 조리학원 저녁반 1주차 수강 일지

by 방구석 올뺌씨 2015.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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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에서 게임 기획으로만 13년을 일했다. 


즐겁고 좋아서 고등학교까지 자퇴하고 검정고시보고 게임 아카데미에 근로 장학생으로 들어가면서 첫 발을 내딛었던 일이었지만 요즘 게임업계의 일은 재미있지 않다.


블로그에 구구절절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기에 단순히 재미있지 않다고 쓰지만 사실 나름대로는 굉장히 복잡한 마음앓이를 했다. 이 부분은 나중에 기회되면 한번 풀어보련다. 


그러던 와중에 요리에 첫 발을 내딛게 됐고 국비 지원을 받아 김영호 일식 조리학원에서의 1주를 보냈다.


단순 취미로만 즐기던 요리를 평생의 업으로 삼기 위해 뛰어들었는데 당연하지만 쉬운 일은 없다. 남보다 뒤늦은 시작이라 더욱 빠르게 치고 가고 싶지만 세상에 빠르게 치고갈 수 있는 지름길이란게 과연 있나 싶다.




첫날 수업은 칼갈기 수업과 앞으로의 진도 소개, 주방 정리와 안전 관리였다.


아무래도 일식 전반에 칼을 사용하는 일들이 많기에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늘 유지해야했다.


특히 도마에 칼을 둘 때도 살아있는 활어가 칼을 내 발등으로 떨굴지 어디로 날릴지 알수 없다.



둘째날 부터 본격적으로 칼질이 시작됐다.


야나기바와 친숙해지기 위해 야나기바를 이용해 무를 써는 수업이었다. 밀어썰기와 당겨썰기에 대한 수업이 진행됐다.


우리 저녁반 클라스에는 양식을 5년 하신분과 중식을 20년 하신분이 수업을 들으시는데 확실히 칼 가는 것 부터 칼질이 남다르다. 집에서 야채 몇개밖에 썰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위축이 되기도 하지만 그분들이 노력한 시간은 어쩔 수 없는 법. 그냥 주구장창 연습하는 게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날 수업중 반장 투표를 했는데 활기차고 긍정에너지가 넘치는 분이 한분 계셔서 반장의 구렁텅이 밀어넣었다.


크흑... 내가 반장으로 추천했는지 모르는 눈치였는데 반장이 요 둥그스름하고 내 얼굴을 닮아 이빨로 갈아야 갈릴 것 같은 무를 툭 주고 도망갔다.



[생선을 썰어야 하거늘...]


껍데기 굵은 무님과 사투를 벌이다가 생선 사시미 뜨기도 전에 손가락을 사시미 뜰뻔 했다. 이런일은 앞으로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작은 훈장정도로 생각하기로 했다.


셋째날부터 본격적으로 살아있는 생선을 잡고 초밥 만드는 수업에 들어갔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으랴만은...... 멘붕이 왔다]


따끈하게 밥을 짓고 뜸들이가 끝나자마자 초대리 넣어 샤리 (초밥 밥)를 만들고 광어를 잡아 초밥을 쥐었다.


이날 필자는 멘붕 상태에 멍때리고 서있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 생선 오로시와 초밥을 쥐는 손의 움직임, 그리고 썰려나오는 생선회의 모양에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출타했다.


다행이 왕복 우주선을 타고 출타를 했는지 정신이 돌아오긴 했다.



[샘이 후다닥 만드신 광어 초밥]


그런 와중에 정말 시기적으로 운이 좋다고 느끼는 것이 담임 선생님을 잘 만났다는 것이다.


연희동 스시J (스시정)과 이자카야 광을 운영하고 계시는 버라이어티한 경력의 정윤상 선생님이신데 원생들의 미래에 축복이 가득하길 기원하면서 하나하나 돌봐주심과 더불어 실제 업장 돌아가는 이야기와 업장에서 사용하는 레시피들을 아낌없이 베풀어 주시는 것에 큰 감동을 받았다.


게다가 장사의 마인드와 요리사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들을 중간중간 경험담과 함께 해주시는데 하나하나 마음에 와닿는다.


모든 수업이 끝날즈음 어떤 모습이 될 것이냐는 역시 하기 나름일테지만 어째 불안한 마음인 것은 어쩔 수 없구먼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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