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띄엄띄엄 문화생활/독서

요시모토 바나나의 티티새 -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책은 추억을 담고있다고 생각한다

by 방구석 올뺌씨 2013.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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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결코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충실함이 가득한 주말이었습니다

 

 

비록 그 동안 하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한다거나, 일상에 치이느라 보지 못했던 사람들을 본 것은 아니지만, 뭔가 가슴 한 켠에 따스함이 배어들어가는 감동을 주는 책을 봤어요! 일본 작가의 책인데 요시모토 바나나의 티티새라는 작품입니다.

 

 뭐랄까 판타지나 무협처럼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사건들이 일어나는 타입의 소설은 아닙니다. 도쿄로 이사한 주인공 소녀가 바닷가에서 한 여름에 있었던 츠구미라는 소녀와의 일상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며 떠올리는 작은 에피소드들이 전부인 소설입니다. 헌데 무슨 마력에서인지 책을 읽고 있으면, 내가 그 바닷가에 현존해 있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오랜지 빛으로 저물어가는 여름 바다의 해질녘이라거나, 바람에 흩어져 파도처럼 물결치는 모래들, 그리고 바람에 섞여오는 바다 내음. 이런 환경에서 주인공 소녀와 츠구미라는 소녀가 겪었던 일상의 잔잔한 에피소드가 어쩐지 그립고, 가슴 뭉클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혹시 요즘에 정서적으로 안정은 안되고 마음 한 켠에 짜증과 불안만이 싹트고 매일같이 흐리고 비 오는 날에, 우울함이 가득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하루하루에 충실하다는 것에 대한 소중함…… 그리고 소설의 주인공과 같이 나도 하루하루를 나중에 기억할 수 있는 소중한 추억으로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고 바다에 가고 싶어졌어요!

현실의 바다는 이 소설의 바다처럼 아름답지도 않고, 어쩌면 시끌벅쩍 불쾌한 일 가득하겠지만, 그래도 어쩌면 정말 소설 속의 풍경과 같은 따스함이 깃든 바다를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아래는 맘에 드는 소설의 장면들 입니다.

 

 

<여름 밤의 옥상에서……>

 죽을 때가 다 됐나.

 츠구미는 웃었다.

 아니다. 밤 때문이다.

 그렇게 공기가 맑은 밤이면. 사람은 자기 속내를 얘기하고 만다. 자기도 모르게 마음을 열고, 곁에 있는 사람에게, 멀리서 빛나는 별에게 말을 걸 듯. 내 머릿속 여름밤 폴더에는 이런 밤에 대한 파일이 몇 개나 저장돼 있다. 어렸을 적, 셋이서 하염없이 걸었던 밤과 비슷한 자리에, 오늘 밤 역시 저장될 것이다. 살아 있는 한 언젠가 또 이런 밤을 느끼게 될 것이라 생각하자, 미래에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밤, 투명한 산의 기운과 바다의 기척이 온 동네를 유유히 떠다니고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바람 냄새.

 두 번 다시 없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어느 여름엔가, 오늘 밤 같은 밤과 해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기분이 최고였다.

 

 

<배웅>

이튿날, 도쿄로 가는 직통 버스에 오르는 아버지를 배웅했다.

엄마에게 안부 전해 주세요.

 라고 말하는 나에게, 볕에 그은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는 두 손에 다 들지도 못할 만큼, 누가 그걸 다 먹을까 싶을 만큼 많은 해산물을 사 들고 있었다. 엄마는 또 고생고생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줄 것이다. 이미 내 가슴에는 그런 광경이 확실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도쿄의 거리, 조용한 저녁 식탁, 돌아오는 아버지의 발소리도.

 저녁 빛이 가득한 버스 정거장에 오렌지 빛이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버스는 천천히 정거장으로 들어왔다가 아버지를 태우고는 다시 천천히 도로로 나갔다. 아버지는 한없이 손을 흔들었다.

 혼자서, 황혼 속을 걸으며 야마모토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조금 쓸쓸했다. 이 여름의 끝이면 잃게 될, 고향의 길을 오가는 이 나른함을 마음에 꼭꼭 담아두고 싶었다. 마치 시시각각 모습이 변하는 저녁 하늘처럼 온갖 종류의 이별로 가득한 이 세상을, 하나도 잊고 싶지 않았다.

 

 

<그리움>

 10년 동안이나, 온갖 것들이 하나로 엮인 커다란 베일 같은 것이 나를 지켜주었다. 그곳에서 벗어나보지 않으면 아무도 그 따스함을 깨닫지 못한다.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된 다음이 아니면, 자기가 그 안에 있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적당한 온도의 베일. 그것은 바다이며, 마을 전체이며, 이모네 가족 모두이며, 엄마이며, 그리고 멀리 사는 아버지였다. 그런 모든 것이 그 시절의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고 있었다. 나는 언제든 즐겁고 행복하지만, 가끔 그 시절이 견딜 수 없이 그리워진다. 사무치도록. 그런 때면 늘 모래사장에서 포치와 장난하는 츠구미와, 자전거를 끌고 생글생글 미소 띤 얼굴로 밤길을 걷는 요코 언니의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꽤 오래전에 써 놓은 글입니다. ^^

포스팅하면서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읽기 쉬우면서도 조곤조곤 속삭이는 듯 한 문체가 매력적입니다.

 

 


티티새

저자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3-07-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눈부신 햇살로 가득 찬 여름날의 사랑 이야기! 티티새는 바닷가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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